1. 서문
“기원전 7만년전, 수많은 사물로 둘러싸여 있는 사피엔스 동물이 이 사물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당황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언어가 탄생하는 황홀한 순간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세계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인간은 사물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이 요청에 응답하기 시작했으며, 언어가 자의적으로 형성된 최초의 순간이다”
현재의 우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출생부터 점진적으로 주위의 지식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합니다. 사소한 지식에서 시작하여 고도의 사고를 요하는 지식까지…. 다가오는 지식에 응답함으로써 지식의 습득과 논리적 추론의 장이 펼쳐집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꽃’이 되는 것처럼, 말을 걸어오는 지식에 응답함으로써 그 지식은 내면화되어 연결된 시냅스를 짙게 만듭니다. 응답하지 않는다면 죽은 지식이 되며, 다시 말을 걸어오는 지식들은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 시냅스의 연결은 단절되고 맙니다.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지식에 응답을 해왔습니까?
고3은 12년 공부의 종지부를 찍는 시간이며, 수능은 12년의 지식을 융합적 질문으로 테스트하는 시험입니다. 12년의 마침표를 찍는 시험이 쉬워도 안되며, 과도하게 초월적 융합을 요구해서도 안됩니다. 제가 본 최근 수능과 이번 6월 모평은 적정한 수준에서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는 평이한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꼭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글을 읽지 못해서가 아니라 추론이 부족해서임을 꼭 명심해두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인생도 마찬가지 입니다. 걸어오는 말에 응답해야하며, 다가오는 지식에 반응해야합니다!!
2. 용어정리
1) 연계와 비연계
(1) 연계 : EBS 3권 (수능특강, 수능특강 영어독해연습, 수능완성)에서 직간접적 관련된 지문이 70% 출제
❶ 직접 연계 : 7~8 문항이 동일한 지문으로 출제되지만 유형이 변하여 출제
❷ 간접 연계 : 8~9 문항이 동일하진 않지만 주제와 개연성을 가지고 출제
(2) 비연계 : EBS 3권에 수록되지 않은 지문으로, 그중 빈칸 한문항이 오답율 1위의 ‘킬러’지문
2) 추론형과 비추론형
(1) 추론형 : 논리적 추론을 요하는 지문. 목적/주장/요지/주제/제목/어휘/빈칸/문장빼기/순서배열/문장넣기/요약/장문1
(2) 비추론형 : 논리적 추론을 요하지 않는 지문. 심경/어법/도표/일치/실용문/장문2
3) 핵심 테마(KT) : 지문의 주제가 되는 핵심 논리이론
3. 6월 모평 테마
1) 연계 지문
(1) 직접연계
29 어법. 수특 영어 12-7 감상의 반복에 따라, 새롭게 발견되는 예술의 측면 (KT : 선택적지각 Selective Perception)
30 어휘. 수특 영독 10-10 불신에 의해 형성되는 낙인효과 (KT : ❶욕구이론 Need Theory ❷낙인효과 Stigma Effect ❸부정적 자아상 Negative Self-image)
31 빈칸. 수특 영어 T1-21 멸종위기종에 가진 부정적 효과 (KT : ❶종다양성 Bio-diversity ❷외래종 Foreign Species)
32 빈칸. 수특 영독 2-6 고고학에서의 가설연역법 (KT : ❶가설연역법 Hypothetical Deduction ❷반증가능성 Falsifiability)
35 빼기. 수특 영어 T2-12 정서적 보상을 통한 개의 훈련 (KT : ❶조작적 조건화 Operant Conditioning ❷강화 Reinforcement)
36 배열. 수특 영어 T1-12 악보표기법의 장단점
38 넣기. 수특 영독 T2-23 공리주의가 말하는 행복은 최근의 개념 (KT : 공리주의 Utilitarianism)
(2) 간접연계
18 목적. 수특 영어 T3-9
19 심경. 수특 영독 T1-21
23 주제. 수특 영어 25-3 중세 층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 식탁예절 (KT : ❶규범 Norm ❷정체성 Identity ❸우월감 Superiority)
24 제목. 수특 영어 9-1 미국 스포츠계의 인종차별 문제 (KT : ❶인종차별 Racism ❷자민족 중심주의 Ethnocentrism)
25 도표. 수특 영독 T1-7
26 일치. 수특 영어 5-5
27 실용. 수특 영독 T2-10
28 실용. 수특 영어 7-9
2) 비연계 지문
20 주장. 다양한 맥락(Context)을 사용하는 학습법의 중요성 (KT : 화용론 Pragmatics)
21 지칭. 활동보단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경영 (KT : 자기합리화 Rationalism)
22 요지. 데이터를 정보와 지식으로 변환하는 능력 (KT : 제3의 물결 The Third Wave, 정보혁명 Information Revolution)
33 빈칸. 물질의 비물질화(하드웨어의 소프트웨어화) (KT : 정보혁명 Information Revolution)
34 빈칸(킬러). 황금률에서도, 자아는 본질적 척도 (KT : ❶정언명령 Categorical Imperative ❷호혜성 Reciprocity)
37 순서. 기술은 인간 정신의 확장 (KT : ❶거인의 어깨 Shoulder of Giant ❷ 산업혁명 Industrial Revolution vs 정보혁명 Information Revolution)
39 넣기. ‘속삭임의 회랑’의 과학적 원리
40 요약.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의 점진적 확산 (KT : 지속가능발전 Sustainabiility)
41-42 장문. 정치적 도덕주의 (KT : 플라톤의 국가론 The Republic, 목적론적 국가론 Teleological of the State, 유토피아 Utopia)
4. 총평
1) 총평
이번 모의고사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매번 강조되는 주제들이 출제되었습니다. 국어영역 뿐만 아니라 영어영역에서도 ‘정언명령’, ‘공리주의’, ‘플라톤의 국가론’, ‘지속가능발전’, ‘인종차별’, ‘낙인효과’, ‘종다양성’, ‘가설연역법’ 등은, 언제 갑자기 출제되어도 이상하게 여기지지 않으리만큼 중요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주제들은 학생들이 단기간에 내면화 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1 때부터, 기초개념부터 심화개념까지 체계적으로 내면화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내면화 한다는 것은 단순 암기가 아니라, 개념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인내하고 견뎌낸 학생만이, 수능당일 문제가 어떤 식으로 변형 출제되든 유기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2) 세부문항 분석
◾ EBS 연계 분석
직접 연계는 총 7문항이 출제되었습니다. 직접 연계의 경우 완전히 동일한 문항이 출제됨에도 불구하고, 29번(63%), 30번(65%)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오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고3 학생들이 EBS 지문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고1, 고2 때 어려운 지문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고3이 되었을 경우, EBS 지문을 무작정 외운다고 해서 직접 연계 문제를 맞힐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EBS 직접연계는 고득점을 위한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으나, 그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고1, 고2 때 탄탄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인내의 시간을 이겨낸 학생만이, 직접연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간접 연계의 경우에서도, EBS와 동일 주제의 문제가 출제되었으나 난이도가 그리 어렵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23번(주제), 24번(제목)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EBS에서 접해 보았던 주제의 문제는 더 친숙하고 빠르게 풀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도표, 실용문으로 출제된 간접연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BS 교재는 공부해 두면 어떻게든 득이 됩니다. 가리지 않고 성실히 공부하는 학생은, 연계에서 단축된 시간을 비연계 할애하여, ‘시간 단축’이라는 놀라운 경험을 했을 것이며, 이것을 저는 “연계의 맛”이라고 부릅니다. “연계의 달콤함을 맛보셨습니까?”
◾ Killer 문항
해마다 비연계 문항이 킬러문항으로 출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시험 역시 34번(빈칸)을 최대의 킬러문항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문항은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문제로서, 황금률을 두 가지로 구분한 후, 그 예로서 칸트의 정언명령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작위의 황금률’을 언급한 후, 황금률에서도 본질적 척도로 자리 잡는 자아의 개념을 설명하는 글이었습니다. 철학적 주제인 만큼 지문을 읽으면서 학생들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고, 게다가 가장 어려운 유형인 빈칸 문제였으므로 가장 높은 오답률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역시 비연계 문제였던 42번을 들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도덕정치를 언급한 후, 가장 대표적인 예로서 Thomas More의 책 ‘Utopia’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덕정치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플라톤의 국가론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오답이 등장하는데, 도덕정치의 장점을 설명하는 맥락에서 마지막 부분에 도덕정치의 단점으로서 독재적 성격을 띨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글이 마무리 됩니다. 반전의 포인트를 잡을 수 없는 학생의 경우 오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던 문항이었습니다.
(3) 결론
모의고사는 단지 모의고사일 뿐, 결과에 환호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올해 수능의 유형과 난이도를 예측하고, 자신을 반성할 기회로 삼으면 그만입니다. 최근 절대평가 영어의 난이도가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이고, 이번 6월 모의고사의 지문의 난이도를 고려해 보았을 때, 2020학년도 수능 역시 방심하면 자칫 1등급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고3 학생들은 EBS 교재를 결코 포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모의고사를 자주 풀면서 감을 잃지 말고, 기본적인 문법과 단어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바랍니다. 고1, 고2 학생들은 고3이 되었을 때 EBS 교재를 ‘읽어낼 수 있고 추론할 수 있는’ 기본기를 철저히 다지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고3이 되면 시간이 부족하므로, 영어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탄탄히 준비가 된 상태에서 고3이 되었을 때, 영어공부에서 절약된 시간은 다른 과목의 점수로 보상받게 될 것입니다.
5. 당부하는 말
고3이 되는 순간, 이미 자신의 ‘검’의 재질은 결정되어 있습니다. 황금검, 강철검, 다이아몬드검, 청동검, 나무검 등….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잘 만들어진 ‘황금검’이라 할지라도 ‘날’을 갈지 않으면 전투에서 쓸모 없으며, 볼품없는 ‘나무검’이라 할지라도 ‘날’이 갈려있으면 적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후회만 하고 있다면, ‘검’은 녹슬뿐 입니다. ‘칼날’을 가십시오. ‘검’의 재질을 따지지 말고 ‘날’을 갈아서 싸울 준비를 하십시오. 연계가 늦어서 비효과적이라고 생각되면 비연계의 ‘날’이라도 갈아야하며, 연계만이 길이라고 생각되면 연계의 ‘날’을 미친듯이 갈아야합니다. ‘칼날이 바짝 선 검’은 자신의 능력을 ‘배가’시켜 줄 것이며,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녹슨 검’의 최후는 ‘필연적 죽음’일 뿐입니다.
고1, 특히 고2 학생들은 지금이 그때 입니다. 수없이 다가오는 ‘말’들에 ‘응답’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응답’하기 바랍니다. 고3이 되면 ‘대반전의 혁명의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한번 당부합니다. “글을 읽지 못해서가 아니라 추론이 부족해서 입니다”. “응답하라! 2020!!”
다들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토브 구문정독 영어전문학원 원장 올림